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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몇 가지가 있었다. 일식이-이식이-삼식이, 퇴직 후에는 집에 없는 남편이 최고라는 등. 한때는 그저 단순한 웃음거리로 여겨 여기저기서 떠들며 즐겼다. 그런데 고령화 기사를 종종 접하고 대중 교통이나 산책로에서 점점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보게 되면서 은퇴자를 천덕꾸러기 취급하는 저런 농담들이 과연 인간적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평생 노력해온 가장이 할 일이 없어지자 어느 순간부터 그저 귀찮은 존재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농담들은 인간의 가치를 비하함으로써 사회 정서를 천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어떤 부부든 결혼한 이후 함께 살아오는 동안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나이 들어 인생이 원숙해지는 시점에서는 그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남은 세월을 적당한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일텐데, 더 풍요로워진 세상임에도 노골적으로 가정의 근본 단위를 해체하는 충동질이라니!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평균수명이 너무 길어졌다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통계청 전망에 의하면 2070년 한국 인구의 30%는 75세 이상의 노인으로, 그 비중이 일본(25.6%)보다 높고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국가가 된다.
지난해 기록한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 중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 합계출산율이 1을 넘지 못하면 인구감소는 필연적이며,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동안 고령인구 비중은 빠르게 늘어난다.
덩달아 평균수명이 짧았던 50여년 전에 비해 퇴직 후의 삶은 너무 길어졌다.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남편이 직장에 다니는 동안 아내는 대개 전업주부나 파트타임으로 일한 경우가 많아 사회적 성취 면에서 만족하지 못한 경향이 있었던 반면, 일에만 집중했던 남성은 직장을 떠나면서 자신의 세계라고 부를 만한 것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출퇴근이라는 일상을 잃은 남성은 사회에서 단절되고 고립되지만 여성은 지역 사회에 기반한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취미, 지역 봉사 등 외부 활동으로 자신의 만족도를 높여가려고 한다. 직장 밖의 세계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남성들은 ‘은퇴 후 유유자적’이라는 환상이 착각에 불과했음을 곧 깨닫는다. 명함에 근거한 관계가 사라지고 나면 직장에 의존해 온 습성으로 아내에게 의지하려는 관성에 사로잡히기 쉽다. 이것은 남성에게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만큼 무기력, 무능력으로 다가와 자괴감에 빠지게 하고 아내는 성가신 존재로서의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친구들 모임에 가는 아내를 따라가서 망신당하는 남편을 풍자하는 유머도 많은데 이것 또한 초라해진 남자의 위상을 반영한 것입니다. 제대로 섬기지 않는 아내에게 불만이 생기고, 청소나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등 소소한 집안일을 일일이 해야 한다는 성가심에 짜증을 낸다. 아내가 평생 해온 그 일을 분담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체면 의식과 게으름이 방해한다.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라고 하더라도 언젠가 한 사람은 먼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다. 아내에게 평생 의존해 살던 고령 남성은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정신적 충격에 빠지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집안일을 할 줄 모르니 자식들 애먹이고 질병에 걸리는 경우도 더 많다.
은퇴는 부부가 다시 부부로 돌아가는 시기이지만 젊은 시절처럼 일체가 될 수는 없다. 인생 후반전은 배우자를 친구나 인생 여정의 동반자로 생각해야 하는 시기다. 동반자라면 서로 존중하면서 각자의 의무를 잘 지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성들이여! 독립하라. 아내가 없다고 생각하고 생활 능력과 정신 건강을 준비하자. 지역 사회에서 자신만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취미도 배우고, 동호회나 봉사활동에도 참여하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건강한 관계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자. 학창 시절 친구들의 모임에도 참여하자. 그들과 공유했던 시간은 가장 순수했던 기억의 한 부분이므로 비교적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여성은 집안일에 능숙해서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남편이 떠난 뒤 요리하기 싫어져서 영양실조에 걸린 여성도 꽤 많다. 똑같이 요리를 해도 남편이 맛있다고 기뻐할 것을 기대하며 요리하는 것과 나 혼자 먹기 위해 요리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부부로서 함께 살아온 날들은 ‘미우나 고우나 한 세상’이다. 어렵더라도 맺힌 것이 있으면 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일상이 바로 행복이다. 적당한 거리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며 친구처럼 살아가는 것이 은퇴 후의 건강한 삶이다. 쉽진 않겠으나 어차피 다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초조해할 것 또한 없지 않겠는가.
조 창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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