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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 강현정  (soheunbi)
  • 2024-03-25 09: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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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일 이명식(척수염 환자로 하반신 마비)씨는 존엄사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존엄사(회복 가망이 없는 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음에도 국회가 이를 법제화하지 않은 것(입법부작위)이 헌법 정신에 반하는 것인지를 정식 심판 대상에 올리기로 한 것입니다.

2017년과 2018년 잇달아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이 접수됐지만, 헌법재판소는 구체적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각하했습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 목적은 국회가 존엄사 관련 법안을 마련하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입법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한 것입니다.

현행법에는 존엄사를 허용하는 근거가 없고, 존엄사를 돕거나 방치할 경우 오히려 살인 또는 자살방조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결국 존엄사를 원하는 당사자와 가족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데도, 국회가 관련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건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자기 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필자를 포함 대부분의 국민은 인간답게 죽을 권리인 존엄사를 희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존엄사를 희망하고 찬성하기에 앞서 그 이면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스위스는 안락사가 합법화되어 있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스위스는 20세기 초 자살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았고, 자살을 돕는 것 역시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재산상속을 더 빨리 받으려고 부모의 자살을 돕는 등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자, ‘이기적 동기로 타인의 자살을 돕거나 부추기면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자살 방조죄를 제정하였지만 여전히 이기적 동기만 없으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환자에게 독극물을 처방하는 의사나, 안락사를 도와주는 단체들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스위스가 안락사(조력자살)를 인정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인권의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높은 자살률도 그 배경 중 하나인데 자살을 완벽히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비교적 인간답게 죽는 방법을 열어 주자는 여론이 안락사 합법화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열차에 뛰어들거나 총으로 목숨을 끊는 것보다 조력자살이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것입니다.

안락사를 허용하는 범위를 두고 스위스 내에서도 여전히 논쟁중입니다.

초기엔 말기암 환자나 전신마비 같은 육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조력자살이 허용되었지만, 2006년 특정 질병이 없어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고령의 노인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들도 조력자살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위스 안락사 역사의 명암과 이면을 보면 요양원 종사자로서 염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이 치료비 부담 때문에, 혹은 자신을 병간호하기 힘든 자녀의 눈치를 보느라 존엄사라는 허울 아래 조력자살로 내몰리지는 않을지 앞선 걱정을 하게 됩니다.

안락사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약물을 투약하는 것이고, 조력 존엄사는 환자가 의료진에게 처방받은 약물을 스스로 투약하는 것으로 용어 정의에는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답게 죽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그에 기초한 명확한 규정과 허용범위 그리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일 것입니다.

 

 

 

 

 

칼럼지기 강 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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