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무진칼럼

무진칼럼

요양원에 나를 보낼 자식들에게

  • 강현정  (soheunbi)
  • 2023-09-25 09:44:51
  • hit852
  • vote3
  • 124.194.45.75

요양원에 나를 보낼 자식들에게

 

가족들은 요양원 생활을 하겠다는 내 생각에 반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세대들이 그리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가족들의 짐이 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래서 몸이 가라앉아도 정신이 양호하다면 내 스스로 요양원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치매로 그런 판단조차 할 수 없을 때가 온다면 그때는 나를 요양원으로 보내 달라고 이 글을 통해 부탁한다.

내가 너희들을 내 기억에서 밀어 냈을 때 나를 요양원으로 보내다오.

우리 엄마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니 펜과 종이를 늘 마련해 주세요

생선은 못 드세요등등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그곳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렴.

간간히 내게 찾아와서 너희를 보게 해다오.

내가 너희를 낯선 사람 보듯 누구세요?” 하더라도 내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서 너희를 알아보고 기뻐할지도 모른단다.

행복했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사진을 보여주렴.

비록 내가 먼 곳으로 눈을 돌린다 해도 내 영혼 어딘가에서 알아보고 즐거워할 것이란다.

사랑하는 내 자식들아

엄마는 너희들 때문에 충분히 행복했다.

그러니 절대로 미안해 하지 말아라...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그 순간을 생각하며 쓴 편지글입니다.

요양원에 입소하신 어르신들 대부분이 이와 같은 마음일 것 같아서 마음이 아려옵니다.

 

며칠 뒤면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긴 추석 연휴인 만큼 명절나기 그 이상으로 다양한 계획을 세워 휴가보내기에 들뜬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831일 감염취약시설 방역지침 변경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외 규제가 사라진 지금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도 추석을 앞두고 기대감이 충만합니다.

지난주에 송편 빚기도 하고 노래자랑도 하면서 추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추석 때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분위기였습니다.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정적, 무감정, 수동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요양원 생활을 모르는 사람들 생각일 뿐 요양원에서도 우리 어르신들의 희노애락은 분명 존재합니다.

가족들이 보내주신 간식을 나누고 자식 자랑도 하시며 기뻐하고, 다툼과 시기 질투가 있어 서러움에 눈물 흘리고, 함께 생활하는 이들과 동기간 보다 더 애틋한 마음으로 걱정하고, 다양한 놀이를 함께 하며 즐거움을 공유하는 일들이 일상인 곳이 요양원입니다.

다른 집 자식들 찾아왔다 하면 부러워 하십니다.

면회 끝나고 돌아오면 손에 든 것 보시고 또 부러워 하십니다.

외출, 외박 나가면 어디 가냐, 언제 오냐 물어보시며 부러워 하십니다.

 

외출, 외박, 면회가 자유로운 지금 추석을 맞이하여 많은 어르신들이 가족들을 만나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칼럼지기 강 현 정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