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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의 미학

  • 강현정  (soheunbi)
  • 2024-06-25 1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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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에 실린 다산 정약용 선생의 늙음의 미학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 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가지 말라는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이다.

정신이 깜빡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고 지나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아마도 머리가 핑 하고 돌아버릴 것이다.

좋은 기억과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보면 대부분 노안과 난청으로 보고 듣는 것이 원활하지 못하고 답답할 수 있음에도 딱히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습니다.

잘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잘 안 들리면 더 큰 소리로 여러 번 부르며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잊어버리면 잊어버리는 대로 기억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이런 현실을 비관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늙음의 미학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가 구애받지 않는 것을 해탈이라고 합니다.

배를 타고 바다에 가면서 파도도 치지 말고 바람도 불지 마라 이렇게 바라는 것이 아니고 파도야 치려면 쳐라 바람아 불려면 불어라, 파도가 일면 파도를 타고 가면 되고 파도가 치지 않으면 조용히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 마음속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상태 이런 마음가짐이 해탈입니다.

우리 어르신들을 보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늙음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잘 안 보이니 속상하지 않고, 비난하는 소리가 잘 안 들리니 맘 상하지 않습니다.

슬픈 기억도 서서히 잊혀지고 생각나지 않으니 더 이상 괴롭지 않습니다.

누군가 미워하는 감정도 연해져서 마음이 평온해 집니다.

늙으면서 자연스럽게 치아가 빠지니 치통으로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감각이 둔해지니 통증에도 덜 민감하여 병이 들어도 견딜 만합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두 죽음을 향한 여정에 오르며 결국 언젠가는 죽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누구나 태어나면 늙지 않을 수 없고 늙으면 병들고 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탄생과 죽음, 일생의 시작과 끝 사이에는 늙음이라는 과정이 있는 것입니다.

곱게 늙어간다는 것은 늙음이 주는 불편함을 불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삶입니다.

한편으로 어찌 생각해 보면 늙음이 주는 불편함 이면에는 늙음이 주는 배려 역시 존재합니다.

 

 

 

 

 

 

 

 

 

 

칼럼지기 강 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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