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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특히 동양권을 지배하고 있는 철학이자 법칙이라고 할 만합니다. 때로는 도덕과 윤리로, 때로는 통치 철학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의 성품을 견제하고 보다 이상적인 사회를 추구하자는 이 원리는 그러나 긍정적인 면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이 낳았지요. 특히 후대로 가면서 점점 비틀어진 세상사는 이를 부르짖는 부류에 의해 교묘하게 왜곡되거나 노골적으로 이용당하는 한편 이념으로 경직화되면서 많은 모순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천하를 평정하기 전에 먼저 자신부터 수양하고, 가정을 평온하게 하라는 평범하면서도 오묘한 가르침이 타락과 비극의 원인으로 변질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인간의 탐욕이었습니다.
수신(修身)이란 무엇인가요. ‘마음과 행실을 바로 닦는 것입니다. 천하를 다스리는 기본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행동은 곧 밖으로 나타난 마음이라고 할 때, 자신의 마음을 잘 챙기라는 기초적인 말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지나간 역사의 무수한 비극을 보면 과연 인간이 그렇게도 어리석고 무지할 수 있는가 혀를 찰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지금도 마구 혼탁한 세상의 단면은 과연 이 세상에 희망이 있을까 하는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자기만 잘났다고 으스대야 대접을 받는 물질문명의 시대에는 무엇이든 가진 자만이 우대받는 터라, 남들보다 더 많이 갖기 위해 말 그대로 머리가 터지도록 달려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래도 한때는 소인배들이 대인의 흉내를 내려고 했으나 지금은 아예 ‘소인배입네’ 드러내고서는 염치도 없이 날뛰고 있습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는 법. 까마귀 설치니 백로가 떠난다. 세상은 점점 욕망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또한 사회의 여러 곳에 맑은 샘물 같은 이들이 있음을 보고 새로운 싹에 대한 기대를 이어가기도 합니다.
요즘은 외출 한번 하려면 챙겨야 할 것이 많습니다. 만나는 상대방이나 장소에 따른 옷차림부터 자동차 열쇠, 지갑 등 소소한 물건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번잡스럽습니다. 당신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아마도 현대인이라는 인종에 가장 걸맞게 진화한 것입니다.
우리는 챙겨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정과 직장에서 부여된 역할에 맞는 얼굴들을 챙겨야 하며, 더우면 양산, 흐리면 우산을 갖고 다녀야 하고, 차 좌석에는 1회용 물수건, 슬리퍼, 선글라스, 물병 등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온갖 물건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또한 낮에는 주식 시세를, 밤에는 대인관계를 챙겨야 하고 정신은 산만하고 마음은 어지럽습니다.
이러다 보니 정작 챙겨야 할 것에 소홀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서서히 병들어가기 시작합니다. 한때 멍때리기가 유행처럼 번진 것도 이런 병리적인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였겠지만, 그러고 나면 다시 번잡한 일상에서 쓰레기나 다름없는 것들로 채워넣음으로써 잠시만의 비움은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말지요.
지금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은 알고리즘입니다. 인공지능까지 등장해서 사이버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며 일분일초까지 개인의 시간을 장악하려 합니다. 편리해지는 만큼 어쩌면 뇌세포는 퇴화하고 있는데 수신이 될 턱이 있을리가!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초래한 교묘한 전체주의의 물샐 틈 없는 권력 아래서 우리는 자유롭다는 환상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소유에 바탕을 둔 욕망의 충족이나 멍때리기가 아니라 그저 단순한 마음 챙김으로 족하다 할 것 입니다 정말 나는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살고 있을까요?
조 창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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