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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막걸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지평리는 6.25 당시 조그마한 동네이면서도 전략적인 요충지였습니다. 지평리만 장악하면 북한군과 중공군은 여주와 원주 일대까지 점령할 수 있었기에 리지웨이 사령관은 전쟁의 판도를 뒤집기 위해 유엔 연합군의 전략전술을 공세적으로 전환하면서 지평리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적들은 불과 1개 연대가 원형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곳에 3개 사단의 압도적인 병력으로 아군의 후방 지원을 차단한 뒤 포위공격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3일간에 걸친 격렬한 공방전 끝에 지켜냄으로써 전쟁의 기세를 뒤집은 한 판 승부가 되었습니다.
자유는 피를 대가로 요구합니다. 만약 그때 지평리 전투에서 물러섰다면 중공군의 전술대로 원주는 물론 그 훨씬 이남까지 지금은 인민 공화국이 되었겠지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오늘은 사실상 그를 위해 희생한 무수한 사람들의 삶과 바꾼 것입니다.
전쟁이 끝난 폐허 위에서도 한동안 혼란은 계속되었지만 이윽고 우리는 자유와 번영을 향한 길로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근면과 자조와 협동이라는 새마을 정신의 기치 아래 피땀 흘린 결과 지금은 OECD 경제 대국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골탑이라고 알려진, 비록 자신들은 배우지 못했지만 자식들만은 대학에 보내려 했던 교육열은 성장의 기틀을 다진 초석이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를 원조했던 국가 중 하나인 필리핀은 선진국이었으나 지금은 우리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부흥과 성공은 결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 35년의 수탈에 이어 6.25를 겪고도 이만큼 성공을 거둔 그 뒤에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그 시대 사람들의 무지막지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그 과정을 잘 압축했거니와 미시적인 부분들을 살펴보면 훨씬 더 슬프고 참혹한 일들이 많았겠지요.
그렇게 이룩한 번영 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얼마나 퇴행적인가요? 일본 제국주의의 마수에 서서히 걸려들고 있었던 조선 시대의 말기로 돌아간 듯한 환몽에 빠지는 것은 나만일까요?
국가의 앞날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도 마땅치 않은 이 중요한 순간들에 날마다 당파 싸움, 정파 싸움이라니요. 친일 반일 타령으로, 지엽적인 이슈로, 국가 백년대계의 쟁점들을 방치하면서 1인당 연 10억원 넘는 비용을 써대는 정치꾼들로 인해 하루도 편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왜 올림픽에서 선전한 젊은 선수들의 피와 땀에 비추어 조금의 염치도 없을까요?
더구나 북한의 이념에 동조하면서 마치 그들을 대변하는 듯한 세력이 공공연히 나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자신과 당파만의 추악한 욕망을 위해 국가 체제를 유린하는 소인배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뇌피셜들로 인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지금의 현실은 참으로 민망하고 위험합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 체제를 파괴하려는 자들이 내부에 침투해서 혼란을 책동하고 있음에도 무관심하고 태평한 국민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고요?
나라가 사라진 다음의 비극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달콤한 현재의 열매만을 누리려 할 뿐 그 열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 쥐어졌는지를 잊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잘난 개인도 국적이 없으면 비참한 난민일 뿐인데도 말이죠. 젊은 세대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무기력, 그리고 그를 조장하는 부모와 사회의 그릇된 행태가 어떤 미래를 그들에게 안겨줄까요?
‘오늘’이라는 행복한 시간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에도 공짜는 없는 터에, 하물며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자유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개개인의 안전한 삶은 그 자체가 복지이며 그것을 온전히 누리려면 마땅히 필요한 의무를 이행하려는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의무와 희생을 회피하며 행복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데, 내가 기피하는 만큼 다른 누군가가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면, 그런 사회는 머지않아 저절로 무너지게 됩니다.
“항상 비굴하고 미신적인 사람들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최악의 폭군에게 항상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는 법이며, 술탄의 미덕은 때로는 자신에게는 가장 유용하고 그의 신민들에게는 가장 기분 좋은 악덕이 되기 마련이다. 자유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백성들은 섬광처럼 번쩍이는 독재자의 권력에 외경심을 가지기 마련이며, 압제자의 잔인성은 정의로, 사치와 낭비는 관대함으로, 완고함은 단호함으로 포장되기 마련이다. 가장 이성적인 변명조차 거부당한다면 강제적인 복종이 만연할 것이고, 항상 결백을 밝힐 수 없는 곳에서는 범죄가 들끓게 마련이다.”(로마제국쇠망사 6권)
형벌을 받아야 할 자들이 선출직이랍시고 국회를 장악한 채 국가의 난맥을 만들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서서히 또는 급격히 몰락하는 자유의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뻔히 보이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근시안 또는 편견을 버리고 제대로 살펴야 할 때입니다. 누가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어야 하는지, 주인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조 창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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