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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어르신을 모시다 보면 물건을 모으는 행동을 하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물건 모으기, 호딩(hoarding)이라고 표현합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이 어르신이 계속 모아 두고 그것을 치우지 못하게 해서 결국에 그 모인 물건의 양이 너무 많아서, 혹은 그 물건이 위험해서, 또는 그것들이 썩어서 위생상의 문제가 되어서 밝혀지게 되거나 어떤 대책을 해야 된다는 논의를 시작하게 됩니다.
모으시는 물건들이 정말 다양한데 가장 많이 모으시는 것이 바로 휴지입니다.
공용 두루마리 휴지라고 하다면 통째로 숨기는 경우도 있고 몇장 씩 접어서 차곡차곡 상두대에 넣어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아 두는 행동 자체를 못 하게 할 수 없지만 그 양이 많아지면 정기적으로 모아 두는 장소를 확인하여 정리하곤 합니다.
왜 이렇게 휴지를 모으시나 생각을 해 보았는데, 어르신 세대에서 휴지라는 것은 어릴 적 상당히 귀한 물건이고 없었을 때 불편했던 경험들로 인해 그러시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를 계속 모으는 것은 단순히 버리기 아까워서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원인의 결과입니다.욕심이 나서, 아끼는 차원에서 시작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망상이나 환각 같은 어떤 심리적인 문제가 더해져서 치우는 것을 거부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호딩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무언가 가지고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그것이 치워지면 불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과거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강한 경험이 있는 경우 계속해서 수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아 두어야 안전하다고 생각을 하십니다.
휴지같은 경우는 예전에 풍족하지 못했던 기억이 그런 것을 모으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서 재미삼아 무언가를 모으기도 합니다.
기존에 모아 둔 것을 잊어버리고 자꾸 모으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이 물건을 모아 놓을 때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나중에 보면 패턴이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어느 장소에 어떻게 모아 둔다는 패턴이 어르신 나름대로 다 잡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아 둘 수 있는 장소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대상이 되는 물건을 관리함으로 문제가 커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에게 이런 행동을 지적하거나, 자꾸 혼내거나, 아니면 이것을 바꾸기 위한 과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 아닙니다.
모아 둔 물건을 치우면서 다른 곳에 이것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설득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몰래 정리하거나 버리는 것은 모아 두었던 것 자체를 기억 못 하시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억하고 계시다면 오히려 갈등이 크게 될 소지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모아 둔 물건을 치웠을 때 이 과정에서 허전함을 느끼고 좀 우울해거나 더 무기력해 지시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채우거나 모으는 행동들을 안전한 범위 내에서 어르신들이 취미처럼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이 언제 무엇을 가져가실지 뻔히 알고 있지만 어차피 가져가실거면 더 안전하게 수집하시는 방법 쪽으로, 예를 들어 휴지를 일부러 어떤 시간대에 안전한 장소에 둔다든지, 나중에 너무 많이 쌓였을 때 정리하는 방향으로 서로 그 행동들에 견딜 수 있는 선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으는 행위보다 더 집중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으는 행동들은 안전한 범위 내에서는 반드시 제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적절한 선을 지키면 어르신들이 취미생활로 삼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수집품들이 안전하지 않을 때, 위생상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제품들, 지나치게 많이 모아 두는 경우에는 적절한 방법을 통해 제지해야 합니다.
칼럼지기 강 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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