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무진칼럼
지난 연말 서울의 어느 거리를 지나는데 특이하게도 어디선가 하모니카 연주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연주의 제목은 알 수 없었으나 어느 해부터 캐롤송이 거리를 떠난 이후 휑하던 거리에서 한 해가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연주가 흘러나오는데 잠시 감상에 젖어 보니 이 노래의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한글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바로 ‘을씨년스럽다’입니다.
지난 2025년은 을사년으로 청사의 해 즉, 푸른 뱀의 해로 60간지 중 42번째의 해였습니다. 그런데 을사년은 우리에게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질 않으니 1905년 을사늑약을 아마도 대부분은 떠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단절된 한일관계가 다시 정상화된 해도 한일 수교(한일기본조약 체결)가 이루어진 1965년도 을사년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을씨년스럽다’의 어원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유래는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인한 쓸쓸하고 스산한 분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고요 을사늑약은 일본 정부가 동경 주재 외무성을 통해서 한국의 외국에 대한 관계 및 사무를 감리 지휘한다는 내용으로 더 이상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중개 없이는 국제적으로 어떠한 조약이나 약속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때가 1905년 을사년이고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할 것입니다.
‘을사년스럽다’는 말이 ‘을씨년스럽다’로 이어졌다는 설이 사실 가장 유력한 설이고 두 번째는 조선 순조 때의 학자 조재삼이 그의 책 승남 잡지에서 ‘세상 사람들이 을사년을 흉하고 두려워하는 까닭에 지금 낙이 없는 것을 을씨년스럽다’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도있습니다. 세 번째는 1785년 을사년 대기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인데 대기근으로 온 백성들이 고통을 겪게 되었고 이때의 분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되면 ‘을사년스럽다’로 이야기 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어떤 설이 정설이든 공통점은 을사년은 우리 민족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해였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붕당정치의 서막을 알리는 을사사화도 1545년 을사년에 일어난 것을 보면 을사년은 우리에게는 그렇게 반갑지 않아 보입니다. 작년에 벌어진 정치적 사건을 보더라도 을사년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으나 올 한 해 병오년 말띠해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꿈이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조 창 희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