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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의 돌봄, 서두르지 않는 선택

  • 주창규  (jucg73)
  • 2026-01-25 0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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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의 돌봄, 서두르지 않는 선택..

 

우리 무진노인전문요양원의 하루는 어르신들에게 맞는 일정표로 시작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식사 시간, 투약 시간, 프로그램과 휴식 시간까지 모든 일정은 어르신들을 위해 촘촘하게 짜여 있습니다. 이 체계는 입소해계신 어르신들을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돌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정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우리는 종종 짜여진 일정에 맞추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됩니다.

예를들어보겠습니다. 아침 식사시간은 요양원에서 가장 바쁜 시간 중 하나입니다. 여러명의 어르신이 동시에 식사를 해야하고, 그 이후에는 투약과 이동 일정이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손이 떨려 숟가락을 오래 쥐지 못하는 어르신, 음식을 삼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르신이 많이 계십니다. 이때 식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속도를 의식하게 됩니다. 시간안에 마쳐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어르신이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내가 느려서 미안해.”

이 말은 단순한 사과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나는 남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인가라는 불안이 담겨 있습니다. 어르신의 느림은 잘못이 아니지만, 우리의 반복되는 서두름이 어르신은 스스로를 문제라고 여기게 됩니다. 돌봄이 관리로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서두르지 않는 선택이란, 요양원의 모든 일을 느리게 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멈출 줄 아는 판단이기도합니다. 어르신이 숨을 고를 때 잠시 기다려 주는 것, 스스로 할 수 있는 동작은 끝까지 지켜보는 것, 한 숟가락 더 드시지 못하더라도 불안하지 않게 식사를 마무리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적 돌봄입니다.

이 선택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계획된 일정이 밀릴 수 있고, 다른 직원에게 부담이 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 돌봄은 모든 직원들이 어르신 중심의 돌봄을 우선으로한다는 공동의 생각이 공유되어질 때가능해집니다.

요양원의 전문성은 속도가 아니라 판단에서 드러납니다. 언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고, 언제 한 걸음 물러서서 기다려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진짜 전문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끝낸 돌봄이 반드시 좋은 돌봄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다림 속에서 어르신의 표정이 편안해질 때, 우리는 제대로 된 돌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양원은 어르신들의 생활공간입니다. 병원처럼 치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내 집과 같은 편안하고 안전한 삶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직원 한 사람의 말투, 손길, 기다림이야말로 우리 무진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두르지 않기로 약속하는 순간, 어르신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실것입니다.

오늘 하루의 일정을 떠올려 봅시다. 혹시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 그러한 생각으로 혹시나 어르신들이 불안해하시지 않으셨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일을 서두르면 일정은 맞출수 있지만, 어르신을 기다려주는 서비스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돌봄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칼럼지기 주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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