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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참 따분한 일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소명 의식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함으로써 사회가 유지되곤 있지만, 대부분 일에 대해서는 책임감과 그에 따른 피로를 호소합니다. 더구나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의 다채로움은 훨씬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답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웃음인데 가벼운 농담 한 마디로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낯선 분위기가 걷히고 약간의 신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카터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가 낭독한 추도사는 그런 즐거움을 조문객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는 할아버지가 조지아주 고향집에 살면서 여전히 코드가 달린 전화기를 쓰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샀고, 어느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습니다.
제이슨 : 여보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 누구냐?
제이슨 : 접니다, 제이슨이요?
할아버지 : 거기서 뭐하고 있니?
제이슨 :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는데요, 할아버지가 전화 주신 거잖아요.
할아버지 : 난 전화 안 했다. 사진 찍고 있었는데?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얼마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관념도 바꾸어줍니다. 웃음은 각박한 현실에서 여백과 같은 여유를 불어넣어 주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표정으로 보여주는 웃음 즉 미소는 관계에서 그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며 아주 강력한 소통 수단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영상을 통해 환상적인 미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사실 눈부시긴 하지만 대개는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진솔함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의 숨김없는 미소는 하루를 달라지게 만듭니다. 천 마디 말보다도 한 순간의 그윽한 표정이 우울할 수도 있었던 시간들을 화사한 봄날처럼 만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마음 공부와 삶에 대한 관조가 필요합니다.
상가 건물 1층에서 과일을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편은 오전에, 아내는 오후에 딸과 함께 가게에 있는 모습이 종종 보이더니 어느 해 가을부터 붕어빵도 팔기 시작했는데, 남편은 항상 명랑한 모습이었습니다. 선량한 표정에 눈도 커서 웃을 때는 마치 천사 같은(본 적은 없으나) 인상이 된답니다. 장사와 무관한 듯한 그의 미소가 붕어빵의 맛을 더 돋구어주는 것이어서 그의 열정에 대한 애틋함과 함께 응원하는 마음도 강해지지요
‘죽사발이 웃음이요 밥사발이 눈물’ 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죽을 먹고 살아야 할 만큼 가난할 때는 화기가 애애하더니 돈을 많이 모은 다음에는 집안에 불화가 생긴다는 의미인데, 자본이 인륜을 흔드는 요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요즘은 형식적인 웃음이 너무나 많아져서 표정이나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서는 진심을 알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구요 더구나 사기 피해 사례를 보면 ‘웃음 속에 칼이 있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럼에도 오늘 한 사람에게라도 진심 어린 미소를 지어 봅시다. 누가 아는가, 그로 인해 세상이 구원받을지도 모르니까요.
조 창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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