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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들과 맛있는 갈비를 구워 먹기도 힘이 듭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대로 바쁩니다. 그래서 함께 모여서 식사라도 할라치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바쁜데도 이렇게 함께 해줘서 고마워”라고요.
예전엔 학교에서 가훈(家訓)을 적어오라는 숙제가 많았습니다. 대충 이것저것 좋은 말을 골라 적어갔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낸 가훈과 올해 낸 가훈이 다를 수밖에 없었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웬만한 집에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족자가 걸려있었습니다. 그것을 가훈으로 낸 아이들도 있지요. 중학교 때 한자 공부를 하며 제일 처음 배운 문구가 논어(論語)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였습니다. 그땐 그것을 절대적인 가치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맞는 말 같으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 말들 만큼 지독히 수단적이고 성공, 출세지향적인 말도 없습니다. 지독한 이기성(利己性)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방점은 성(成)에 있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방점 역시도 평천하(平天下)에 있습니다. 성공을 위해 가정이 화목해야 하고,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자기 수양을 하고 집을 다스려야 한다면 그것이 행복한 가정을 위한 가훈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냥 수신(修身)만 하고, 그냥 가화(家和)만 하면 안 되는 걸까요?
가끔 대학생 딸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시사 이야기 등을 나누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가 서먹해지기도 합니다. 내가 아무리 “열린 사람”이라고 주장을 해보아도 내 질문 역시 성공지향적(成功指向的)인 가치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지요. 이번 기회에 이야기를 잘하여 보다 편안하고 거침없이 살 수 있는 미래를 확보해보고 싶은 욕심에 그렇습니다. 일종의 조급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를 포모증후군(FOMO Syndrom)이라고 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거나 대중적 가치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증상을 말합니다.
‘마지막 세일’, ‘한정수량’, ‘매진임박’. 어디서 참 많이 들어본 소리죠? TV 홈쇼핑 채널에서 쇼호스트들이 늘 뇌까리는 말입니다. 점점 시간이 줄어드는 타이머 자막과 함께 그 말에 빠져들다 보면 이번 기회에 그것을 확보하지 못하면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그것을 구입하면 나의 삶이 윤택해지고 럭셔리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구입하고 나면 어딘가에 처박히겠죠. 사실 포모증후군은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댄 허먼(Dan Herman)이 개발한 전략에서 비롯합니다. 그의 전략에 따라 사람들은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알처럼 움직이고 맙니다. 포모증후군에 빠진 현대인들은 SNS에 몰두하거나 부동산에 영끌로 올인하고, 비트코인에 자신의 인생을 담보 잡히기도 합니다. 남들이 하는 것만큼이라도 해야 자신이 가치있는 삶을 살고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이것을 갈비를 굽는 마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갈비 굽는 마음이란 돈과 권력으로 성공을 지향하는 마음입니다. 현상(現像)이 너무나 강렬하기에 다른 내면적 가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갈비 굽는 마음은 자녀들과의 관계에 큰 생채기를 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누구네 자녀는 전교 1등이더라, 대기업에 들어갔다더라, 너는 언제 취업할 것이냐, 언제 결혼할 거냐며 그 자신이 가진 성공의 가치관에 맞추어 자녀들의 현재와 미래를 재단합니다. 그러니 부모와 대화하는 것이 답답하고, 명절날의 가족 모임이 싫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어른들의 걱정 아닌 걱정엔 염려와 애정이 묻어있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염려와 애정 때문에 자녀들은 ‘나는 뒤쳐진 존재’라는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이 역시 포모증후군의 대표적인 현상이지요.
갈비 굽는 냄새가 진하면 꽃향기를 맡을 수 없습니다.
이제 성공의 가치를 그 자신이 가진 꽃향기를 찾아내는 것에서 찾아내었으면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공의 가치를 사랑, 평화, 행복, 안녕 등에서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추상적이지 않습니까? 올해 마야 안젤루(Maya Angelou)를 포함한 5명의 여성이 미국의 25센트 동전에 새겨진다고 합니다. 그녀는 가난한 흑인들이 그렇듯 불운한 유년을 보냈고, 불과 여덟살의 나이에 엄마의 남자 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5년간 침묵의 감옥에 스스로 갇혀 산 여성입니다. 하지만 시를 사랑하는 마음에 입을 다시 열었고, 그 시로 고통스러운 과거를 천연덕스럽게 풀어갑니다. 그래서 그녀는 “성공은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것,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방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난달의 이야기 속에서 가족의 현상(現像)은 알아도 실상(實像)을 모르니 따져보면 가족에 대해 정말 아는 건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별로 아는 것이 없으니 조급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조급하면 조급할수록 돈과 권력이라는 성공에 자기도 모르게 집착하게 됩니다. 정작 현상(現像) 밖에는 아는 것이 없으니 실상(實像)의 가치를 높일 줄 모릅니다. 갈비 냄새에 취해 다른 모든 것을 놓치고 마는 것이지요.
누구에게나 꽃향기는 있습니다. 꽃향기가 만발할 때 가화(家和)가 이루어지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가족들의 자녀들의 ‘그 자신 사랑하게 하기’를 기다리렵니다. 갈비 냄새를 피우지 않으면 마당의 꽃향기를 맡게 되지 않을까요?
길을 함께 걷는 자-길벗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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